사진을 찍기 시작한 후 부터, 장문의 글은 쓰지 않게 되었다. 다시 생각해 보면 그 무렵부터 대화를 한다는 것 또한 줄어 들어 갔다. 그것이 이제 9년째이고, 그동안 여러 일들이 일어났고, 그리고 이제는 사람이 겁이 난다. 겁이 나는 만큼 감추게 되고, 감추고 있는게 들어날까 말을 줄이게 되고. 어쩌면 내 자신감은 사진을 찍기 시작한 후 부터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거 같기도 하다. 솔직한 마음을 털어 놓을 수 있는, 내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대화방법이 나를 이렇게 만들어 가고 있다는건 도대체 어떻게 받아 들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어쨋거나 그렇다.
그럼에도 10년에 한번쯤은, 누군가는 미쳐 버릴거 같았다던. 긴- 침묵을 동반하는 나와의 대화를, 묵묵히 들어주고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고마운 사람이 있다. 내가 한 말을 모두 모아 놓아도 내가 들은 이야기의 삼분의 일도 되지 않지만,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오랜 대화가 오랜만에 이어진다. 이상하게도 대화가 끝이 날까봐 두려웠다.
오후 부터 몇 장의 작은 내 사진이 홍대 어느 카페의 벽에 걸린다.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나의 대화를 받아 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함께 보고픈 사람과 함께 보았으면 좋겠다.
세 문단의 짧은 글을 쓰는데 다섯시간이 걸렸다. 몇 없는 내가 좋아하는 이들은 좋은 꿈을 꾸고 있을까,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는 오늘, 새벽 내내 비가 온다.
09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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