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요, 태엽 감는 새님, 가끔 나는 생각하는데요, 천천히 시간을 두고 조금씩 죽어 가는 것은, 도대체 어떤 기분일까요?」
나는 질문의 요지를 잘 몰랐으므로, 손잡이를 잡은 채로 자세를 바꾸어 가사하라 메이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천천히 조금씩 죽어 간다는 것은 예를 들면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의 일이지?」
「예를 들면요‥‥맞아요, 어딘가 어두운 곳에 혼자 갇혀서, 먹을 것도 없고 마실 것도 없이, 점점 조금씩 죽어 가는 것 같은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에요.」
「그것은 분명 불행하고 괴롭겠구나」하고 나는 말했다. 「가능하면 그렇게 죽거 싶지는 않은걸.」
「그렇지만요, 태엽 감는 새님, 인생은 원래 그런 것이 아닐까요? 모두 어딘가 어두운 곳에 갇혀서, 먹을 것이랑 마실 것을 빼앗기고, 점점 천천히 죽어 가는 것이 아닐까요? 조금씩, 조금씩.」
나는 웃었다. 「너는 네 나이치고는, 이따금씩 굉장히 염세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구나.」
「그 염세 어쩌구 하는 것은 어떤 뜻이에요?」
「염세적이란 세상의 어두운 곳만을 꺼내서 본다는 뜻이지.」
염세적, 하고 그녀는 몇 번을 입 속에서 되풀이했다.
「태엽 감는 새님」하고 그녀는 내 얼굴을 가만히 노려보듯이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나는 아직 열여섯 살이고, 세상 일을 그다지 잘은 모르지만요, 그래도 이것만큼은 확신을 가지고 단언 할 수 있어요. 만약 내가 염세적이라고 한다면, 염세적이지 않은 세상 어른들은 모두 바보예요.」
태엽감는새(1) 202~203p 中 . 무라카미 하루키.